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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10 12:09
무늬만 다수결…민주주의 ‘맛’ 변할라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654  
#1.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현 정권 들어 야당 동의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이 25명에 달한다. 이제는 야당 동의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청문회라는 ‘요식행위’만 끝나면 임명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가 된 것 같다.

#2. 2017년 12월 21일 최재형 감사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감사원같이 중요한 감찰기관은 강골 공무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가 옷을 벗을지언정 부당한 지시나 압력은 이겨내겠다는 공직자가 많아야 국민이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흐른 지금, 여당 의원들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감사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특정 원전 마피아의 입장을 반영하고 여러 가지 법률 위반과 위헌적 발상을 하고 있지 않나”라며 “감사원장이 대통령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불편하고 맞지 않으면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친다. 2년 반 전에는 정권에 협력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했으면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고 한다. 감사원은 법률상 대통령 직속이지만 직무와 관련해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지닌 헌법기관이다. 지금 여권 주장을 보면 감사원 역시 행정부의 일원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들린다.

#3. 7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관련 법안 11건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일방 상정하고 표결 처리를 강행했을 때, 민주당은 많은 절차를 ‘생략’했다. 국회법에 규정된 소위원회 법안 심사, 축조 심사, 찬반 토론 등도 건너뛰었다. 이런 ‘속전속결’식 야당 무시는 지난 8월 3일 재현됐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부동산과 공수처 후속법을 강행 처리했다. 야당이 필요 없는 국회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3가지 사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제도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입법부가 행정부 인사권을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인 청문회가 무력화되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 주체인 국회 본연의 의미가 퇴색하고, 감사원을 비롯한 주요 기관의 본래 역할이 희미해지고 있다. 

두 번째, 이 과정에서 형식적으로는 ‘법을 위반’한 사안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훼손됐을 수 있다. 대한민국을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다. 그런데 민주당의 정치 행위 중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게 많다. 법은 지키고 있지만, 대한민국 최상위 가치는 훼손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권력구조로 갖고 있지만, 대통령도 직선으로 뽑고 국회의원도 직선으로 뽑아 각각 국민을 대표하게 하면서 서로를 견제하게 만드는, 2중적 정통성(dual legitimacy) 구조를 통해 민주적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야당도 목소리를 내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정치적 결과물에 반영시킬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국회는 합의제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운영마저 다수제로 밀어붙인다면, 야당 목소리는 사라진다. 당연히 앞서 언급한 2중적 정통성의 의미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다수’ 의견에 의해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 ‘다수결 원칙’은 민주주의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수단’을 두고 민주적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곤란하다. 그나마 다수결이 제대로 작동하면 또 모르겠다. 우리나라처럼 당론으로 뭔가를 결정하면 이탈자가 생기기 어려운 정치구조에서 다수결은 별 의미가 없다. 다수결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집단 이성’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집단 이성이 개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집단주의’로 전락하면 ‘집단 이성’의 본래 의미가 사라진다.

‘집단 이성’은 다양함 속에서 타협한 결과물이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처럼 다수결의 본래 의미도 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숫자로 밀어붙이면, 소수나 반대 의견을 정치적 결과물에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 근본 가치도 사라진다. 청문회 무력화 현상이나, 작금 국회에서의 ‘1당 정치’ 등이 전형적인 사례다. 결론적으로 현재 민주주의의 ‘유사 결정 수단’이 민주주의 가치를 잡아먹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주당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긴급하고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되기에, 예외적으로 ‘1당 정치’를 양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는 과정의 정당성이 결과의 정통성을 도출한다.

심지어 민주당 주장에 의문마저 든다. 부동산 문제가 그토록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라면, 집권 4년 차에 이르기까지 집권당은 무엇을 했나. 또 민주당과 여권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정책은 연속성과 관성이 있어서, 그 영향은 후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민주당 주장이 맞다 해도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현 정권이 그토록 치적이라 주장하는 ‘K-방역’ 역시, 과거 정권의 정책과 실패의 경험이 누적된 결과다. 즉, 과거 정권의 건강보험 창설과 실시, 건강보험의 보편화 그리고 질병관리본부 창설과 메르스 사태 실패에 대한 보완 노력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K-방역’을 가능하게 했다는 논리를 인정해야 앞뒤가 맞다. 좋은 것은 자신들 치적이고, 나쁜 것은 과거 정권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플라톤은 ‘철인 정치’를 주장했다. 그가 철인 정치를 가장 이상적인 권력구조로 본 이유가 있다. 바로 ‘유연한 현실 대처 능력’ 때문이다. 법에 의한 지배의 경우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반면 철인 정치는 상황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대응할 수 있기에, 가장 이상적인 정치 형태라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었다. 즉, 법에 의한 지배의 경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거나 고쳐야 하는데, 철인에 의한 지배는 철인 개인의 판단에 의해 상황에 잘 대처하면 되기 때문에 상황 통제 능력이 법치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여기서 중요한 언급을 한다. 철인이란 일반 사람 능력을 뛰어넘는 비범한 인간이어야 하고, 철인을 발견할 수 없다면 법에 의한 지배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평범한 사람의 지배보다는 법에 의한 지배가 훨씬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집권 세력이 철인이라면 제도를 무력화하거나 제도적 가치를 뛰어넘는 행동을 해도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이들 세력이 평범한 능력을 소유한 이들이라면, 제도에 충실한 국가 운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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