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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8-0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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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연예인, 키워준 방송사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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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운영자
 조회 :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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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 울린 노제의 광고 갑질
지난달 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댄서 노제(본명 노지혜)의 갑질 사건이다. 사건은 한 중소업체 관계자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노제는 SNS 게시물 1건당 수천만 원의 광고료를 받고도 이를 업로드하지 않았고 담당자가 장문의 메시지로 수차례 호소한 뒤에야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요청기한으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마저도 얼마 안 가 삭제됐다고 한다.
해당 내용이 기사화되자 비슷한 제보가 잇따랐다. 노제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게시물 업로드를 차일피일 미루는가 하면, 인스타그램에 명품 관련 게시물만 남기고 중소업체 관련 게시물은 모두 삭제했다.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다가 추가 보도가 계속되자 "당사의 불찰로 인해 광고 관계자와 사전에 약속한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며 "아티스트와 미흡한 의사소통으로 기한 내에 게시물이 업로드되지 못하거나 삭제된 점을 확인했다"고 사과했다. 노제 본인 역시 처음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뒤였다.
원래 이런 사건이 한번 발생하면 온갖 곳에서 익명의 증언이 쏟아진다. 노제 역시 광고 갑질 이외에도 자신을 '노제 광고 촬영 현장에서 일한 스태프'라고 소개한 네티즌으로부터 "촬영 현장에서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스태프를 하대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인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런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건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로 벼락스타가 되어 '연예인 병'에 걸린 노제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톱스타'라는 신화를 만드는 방송사들
연예인들의 갑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은 2020년 10월 스태프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한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했고, 과거 <우리 결혼했어요>로 큰 인기를 얻었던 가수 서인영 역시 2017년 두바이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욕설을 쏟아붓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워낙 도가 지나쳤기에 논란이 됐을 뿐, 사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고용노동부는 7월 13일 연예기획사 2곳과 보조를 두고 일하는 개인사업자인 패션 스타일리스트 10명(10개사)을 대상으로 조사한 근로실태를 발표했는데 업계에서 연예인ㆍ매니저들의 갑질이 비일비재함에도 대부분은 제재를 가하거나 고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뭐, 이런 조사까지 볼 필요도 없다. 방송에서 제작진이나 후배 연예인들 군기 잡는 걸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연예인들이 있는 것만 봐도 이 업계에 갑질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소위 '갑질 연예인'들이 하루 이틀만 그렇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그들은 아주 큰 논란이 있지 않은 한 연예인 생활을 문제없이 이어나간다. 그들의 인지도나 호감도(실상과 관계없이)는 대중의 프로그램 시청과 소비를 이끌어내는 거대한 권력이기 때문이다. 가끔 보면 방송사들은 캐스팅에 있어서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물론 그 정도의 인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유명 연예인이 인성 안 좋은 걸로 유명하더라도 온갖 갑질과 응석을 받아주며 그를 섭외한다. 그러면 그 연예인이 갖는 인지도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문화 권력은 한층 더 증가한다. 일부 몰상식한 연예인들이 '연예인 병'에 걸려서 갑질을 일삼을 수 있는 건 그래도 받아주고 키워주는 방송사가 있어서다. 나는 그래서 '연예인 갑질' 논란에 방송사 역시 적잖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도의 협업, 그러나 과실은 대부분 연예인에게 가는 현실
방송 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고도의 협업의 결과물이다. 방송을 만드는 건 연예인과 PD, 매니저와 코디네이터뿐만이 아니다. 무대를 설치하고 청소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관객의 질서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섭외 전화를 돌리고 장소를 알아보는 '막내 작가'도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카메라, 조명, 음향 등 수십 명의 사람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여한다.
그러나 지난달 고용노동부 발표에서도 드러났듯,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저임금ㆍ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눈부신 성공의 과실은 상당 부분 연예인에게 돌아간다. 이유는 하나, 그가 카메라에 나오고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 씨가 2005년 청룡영화상에서 했던 수상소감은 여전히 회자되는 '명소감'이다. 그는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데뷔 이래 첫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소개합니다. 60여 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를 큰 배우로 성장시킨 건 어쩌면 뛰어난 연기력 이전에 자신과 협업한 스태프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방송사가 실력에 상관없이 인성 좋은 연예인만 기용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적어도 함께 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고마운 줄 모르고 협업을 망치는 사람의 갑질을 다 받아주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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